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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후원회원 인터뷰 #5. 노승헌 회원님

작성일: 2019-07-03조회: 33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군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노승헌 회원님은 2018년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하신 故 노동환 중령의 아버님이십니다. 안타까운 사고로 아드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 과정에 군인권센터가 함께한 인연으로 회원으로 가입하셨습니다. 노승헌 회원님은 어려운 일을 겪은 장병과 그 가족의 곁에 군인권센터가 항상 굳건히 서있어줄 것을 부탁하시며 군성폭력상담소 설립과 군인권센터 발전을 위해 많은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함께 기억해야 할 군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고자 노승헌 회원님을 찾았습니다. 

 

Q. 군인권센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 사건’ ‘기무사 계엄령 문건 기자회견’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인연을 맺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끔직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 사고’가 일어났고 제 아들인 노동환 중령이 순직했습니다. 순직자의 장례 절차를 논의 할 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님을 처음 만났고, 군인권센터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병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추락사고 순직자 故 노동환 중령 (출처=이데일리)]

  

Q.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임태훈 소장님이 군과 유가족 사이를 중재해주셨습니다. 당시 순직해병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가 밝혀지길 원했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고를 조사할 사고조사위원회의 구성에 관해서도 군 당국과 의견 차이가 컸었습니다. 이렇게 큰일을 당한 유가족들은 대부분이 감정도 매우 격앙 되어있고, 혼란스런 심리상태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17일에 사고가 났고, 23일 그러니까 6일 만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소장님이 중재를 잘해주셨습니다. 만일 군인권센터의 중재가 없었다면,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8. 7. 23. 해병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추락 사고 순직자 합동 영결식] 

[2018. 7. 23. 해병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추락 사고 순직자 합동 영결식] 

  

마린온 추락 사고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마린온 추락 사고는 민관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로터마스트 파단(프로펠러 중심축 부러짐)으로 원인이 밝혀졌고, 헬기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도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위원회의 최종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KAI는 로터마스트를 프랑스 에어버스헬리콥터 (AH)에서 구매해 조립을 하는데, AH는 수리온 헬기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사고 헬기의 로터마스트는 AH의 협력업체인 프랑스 오베르듀발사가 소재를 열처리 가공을 하여 AH에 납품을 했고, 그것을 KAI가 구매해 조립했습니다. 열처리 과정에서 공랭식이 아닌 수랭식으로 냉각을 잘못하여 결함이 생겼다고 하는데, 이 때 같이 만든 불량 로터마스트가 수리온 2대에 장착돼있어서 또 다른 참사가 날 뻔 했습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방산 장비에 의한 사고는 관련기관 누구도 책임진 사례가 없습니다. 국내외의 관련업체도 서로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 배상이나 보상의 절차에 어려움이 유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Q. 마린온 사건, 이후에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요?

  

곧 1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 유족에게 합당한 배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가족은 빠른 시간 안에 배상, 보상이 이루어져 고통이 하나라도 덜어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서 임무 수행하다 순직하거나 다쳤다면 군인에게 상응하는 보상과 배상을 해주고 나서, 국가가 책임이 있는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요? 현재의 보상, 배상 체계는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 가서 죽으면 개죽음이다.” 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겪어보니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국민이라도 ‘군인‧경찰공무원 등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헌법 29조 2항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위법성이 전제되는 ‘배상’과 그렇지 않은 ‘보상’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더군다나 특별법에 의한 보상액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액보다 적은 경우가 일반적이랍니다. 이 법을 만든 배경이 월남전에서 희생자가 늘어나자 재정부담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말하자면 과거시험에서 조상을 욕했던 김삿갓의 심정이랄까. 50여년 지속되고 있는 국가 안보의 ‘싱크홀’이자, 살아있는 적폐 중의 적폐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적폐의 피해는 조국에 헌신한 순직자와 유가족이 또 다시 받게 되고 말입니다.  

  

Q. 군인권센터는 어떤 단체라고 생각하세요?

군인권센터는 통제되고 폐쇄된 특수집단인 군대에서, ‘제복 입은 시민’인 군인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것을 막아주고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조직은 자신들의 문제를 개선할 자정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상례이며, 우리 군은 더하다고 보여집니다. 음지에서 고통 받고, 가혹행위 당하는 장병에게 다가가 귀를 기울여주고 상담해주는 단체가 군인권센터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에 일어난 故 윤 일병 사건이 군인권센터의 활동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고요. 

제 아들이 영관 장교였습니다. 무슨 영관 장교의 아버지가 군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장병들은 군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뉴스, 신문에 나오는 사건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난데없이 나에게도 올 수 있다는 걸 비극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군인권센터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9. 3. 16.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추락사고 순직자 위령탑 제막식에서 추모사하는 노승헌 회원(故 노동환 중령 父)]

Q. 군인권센터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단연 故 윤 일병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두 먹다가 기도폐색으로 사망했다고 뻔뻔하게 발표한 군 당국의 은폐 시도를 밝혀내고, 진실을 알렸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외에도 많습니다만, 윤 일병 사건이 가장 큰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윤 일병 사건 이후에 병영혁신 활동이 활발히 전개가 되었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도 제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가 큰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군인권센터 후원을 고민하시는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사람들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좀 그늘 진 데에 있는 분, 양지에 있는 분도 계시지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힘든 분을 돕고 사건사고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후원’입니다. 후원하는 것 같이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망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참여하는 시민 의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시민의식이 없는 사회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는데,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마중물의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군인권센터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군인은 ‘제복을 입은 시민’이기에 군인권센터가 군인, 제복 입은 시민의 의식을 높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군인들의 의식도 높여주셨으면 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군 트라우마 센터가 생겨서 사고 이후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군인과 유가족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험적 활동을 좋아하는 제가 마린온 사고 이후에 ‘집 라인’같은 놀이기구도 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전에 관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마찬가지로 군에서 집단 따돌림으로 힘들었던 장병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가 있을까요? 정말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군인권센터에서 군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만들어서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위해서 활동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고 또한 제 생일까지 있는 달 이라서, 아들 생각이 나 참 많이 울었습니다. 지난 5월 하순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 군대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정의 중 특징적인 부분은 군대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력집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안중근의사의 유묵 ‘爲國獻身軍人本分’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작은 경험과 체험 만으로 세상을 인식하곤 합니다, 본질을 간과하고 말입니다. 군인에 대한 인식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군인도 제복을 입은 시민이며, 몇가지 부분적인 제약을 제외하고는 헌법 10조에 따른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국민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면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잘못 생각해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인권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민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듯이.. 시민의식이 없는 국민이 대다수라면 군이 잘못을 해도 그 잘못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순직자 위령탑에 새겨진 유가족의 메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