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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오마이뉴스] 믿었던 헌병대 수사관이...군대의 민낯

작성일: 2013-10-01조회: 39

기자: 간사 송현민

'진짜' 군대가 대체 무어냐올해 8월 초, 군인권센터로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는 물기가 가득했다. 동생이 군대 내에서 폭행을 당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상담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곧 사건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야기이므로, 우리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사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피해자는 일병으로, 부대 전입 이후 넉 달 동안 10여 명의 선임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판정을 받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부모가 헌병대에 수사 의뢰를 했으나, 헌병대 수사관은 대질 심문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직접 만나게 함으로써 2차 피해를 유발했다.센터에 와서 상담을 하는 중에도 수차례 쇼크를 일으키고,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가서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를 생각해 본다. 이것은 꿈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며,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진짜'인 것이다. 피해자의 가족은 군대 내에서 그러한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군에서 얻은 PTSD는 군 병원에서 치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몰랐으며, 믿었던 헌병대 수사관이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왜 군대에 아들을, 동생을 보낸 이들조차 '진짜' 군대를 모르는 걸까.21세기형 '배달의 기수'

▲  국방홍보원이 제작한 <배달의 기수>

ⓒ 국방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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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직접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 군대를 알 수 있는 통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극히 제한적인 그 통로 중 대부분은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의 <일밤-진짜 사나이>는 시청자들에게 군대를 알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제시했다. 전역한 지 30년이 지나도 군대 꿈을 꾼다고 할 정도로 군대에 대해 끔찍한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과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했던 것도 잠시, 방영 시작 후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동시간대 시청률 최고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이는 실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혁신이었다. 너무나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리얼'을 추구하는 바람에 써먹을 만한 소재는 죄다 소진된 상황에서, 절대로 발을 디딜 수 없는 성역이었던 군대를 테마로 하다니. 그러나 군대 내에서 직접, 그리고 군인권센터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진짜' 군대와는 달리 너무도 아름다운 <진짜 사나이> 속의 군대는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1980년대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유형의 프로그램이 존재했다면, 아마 국군홍보와 반공을 목적으로 했던 KBS 드라마 <배달의 기수>도 이와 같은 형태를 띠지 않았을까 싶은 것은 과한 상상력일까.조금 거칠게,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자면 이렇다. 과거의 <배달의 기수>가 출연자들을 '반공 영웅'으로 묘사하며 군부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진짜 사나이>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 아이돌 스타의 '즐거운' 병영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군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마비시키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어설픈 논리의 비약인가? 도를 넘어선 비판인가?

▲  일밤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 소개

ⓒ 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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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전역하면 다 나아!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전역자들의 분노를 가장 많이 샀던 내용은 역시 출연자들이 군의관의 진료를 받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점호시간에 친절하게 생활관까지 찾아와서 아픈 곳을 묻고,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는 군의관의 모습은 마치 개인 주치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어깨가 아프다는 말에 찜질팩을 주고, 감기와 근육통에는 바로 주사를 처방해주는 군의관은 이 시대의 참 의료인이었다. 민간 병원에서 돈을 주고 진료를 받아도 그보다는 정성이 덜 들어갈 것이니,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인들은 이처럼 성실하고 성의 있는 군의관을 보고 본받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를 본 전역자들은 '원래 군대에서는 어디가 아프든지 똑같이 흰 색 알약 하나 주는 것 아니었나?', '군의관은커녕 의무병도 생활관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역자 중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의무대에서는 (물론 어떤 증상이든 똑같은 약을 주겠지만) 약만 받고 어떤 의료적 시술도 받지 마라. 초짜 의사들의 생체 실험용 마루타가 되기 싫다면. 다만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는 것 정도는 괜찮다. 마취약을 아끼지 않고 사용함은 물론이고, 민간 의사들보다 힘이 좋아서인지 금세 뽑더라."실제로 군인권센터에 접수되는 수많은 인권침해 상담 중 많은 부분이 장병들의 의료권, 건강권과 관련된 것이다. 의료적인 부분에서의 인권침해 양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올해 상반기 센터에 접수된 상담에서만 살펴 보더라도 군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라며 민간 병원으로 보내더니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게 한다든지, 군의관의 오진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쳐 되돌릴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든지, 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불침번을 세운다든지, 그리고 대표적으로는 몸이 아픈데 꾀병 취급을 하며 치료를 시켜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경험자들의 말을 인용하자면, 군대 내에서 아픔을 호소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전역하면 다 나아'라는 말이라고 한다.최근 크게 이슈가 되었던 '뇌종양 사망 사건' 또한 이러한 양상의 총합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꾀병 취급을 하고, 두통약을 주고, 심지어 체한 것 아니냐며 손을 따기도 했다.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며 뇌척수액 검사를 하려고 했으나, CT 촬영이나 그 흔한 X-Ray 촬영도 하지 않았다.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친 병사는 민간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길지 않으나 고통스러웠던 투병 생활을 마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뇌수막염 검사를 시도한 것도 작년 초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훈련병이 없었다면 상상조차 못 했을 일이다. 이처럼 군대 내 의료 실태 개선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진짜 군대'인 것이다.

▲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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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사나이'들TV에서 이야기하는 환상적인 군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역 군인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군대에 대해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는 전역자들에게는 분노를 일깨우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 물론 명백히 드러나는 이익 집단은 인기 프로그램을 방영함으로써 동시간대 시청률을 휘어잡은 방송사와, '고생하며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는 출연진들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이 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국방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이익의 제공자는 시청자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시청자란, 원래에도 연예인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진짜 사나이>를 보는 전역자들, 진짜 '진짜 사나이'들을 포함한다.그토록 비난을 버무린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막장 드라마를 보며 매 화마다 말도 안 된다며 욕을 쏟아내지만 매일 아침마다 챙겨보는 주부들과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진짜 사나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짜 사나이들, 즉, 군복무를 하지 않은 연예인들이나 TV 속에 비춰지는 (편한 군 생활을 하는)현역 군인들을 보면서 힘든 군 생활을 경험한 '진짜 진짜 사나이'는 비교우위를 점한다. 아니, 비교우위를 점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내 군 생활은 저것보다 힘들었다, 출연자들이 하는 고생은 내가 경험한 것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친다 등등.<진짜 사나이>라는, 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좋은 소재가 생겼으니 이들이 이야기를 멈출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군 생활 경험담은 '고통'과 그것을 견디는 '인내'로 모두 설명된다. 이들에 의하면 이것은 군대의 본질이다. 버릴 수 없는 속성이다. 불가피하다. 당위성을 지니는 것,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함을 '사람이 되는' 성숙의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은 '가짜 사나이'다. 그런 이들 앞에서 군대 내 인권, 그러니까 군인들의 자유권적 기본권과 사회권적 기본권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할 말을 잃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는가.당연함 속에서 길 잃은 군 인권군대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진짜 사나이> 속의 미화된 군대, 그리고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전역자들에 의해 '당연한' 것으로 재생산되는 고통스러운 군대. 이 모순적인 두 가지의 '당연함'은 놀랍게도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군대 내 인권을 갈 곳 없게 만든다.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데 설마 진짜로 그랬겠어?"라는 말과 "그 정도 고생도 안 하면 군 생활했다고 말 못하지"라는 말은 동일한 폭력이요, 압제일 뿐이다. <진짜 사나이>로 공고해지는 이 불편한 당연함, 과연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더 보아야 멈춰질 것인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7539